노무라증권・일본 IBM 사건의 소송 결과 및 일본 기업과의 시스템개발 업무위탁계약 체결 실무에의 시사점

작년 일본에서는 노무라증권의 시스템개발 업무위탁계약과 관련하여 노무라홀딩스가 일본IBM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노무라홀딩스측은 당초 목표로 삼은 기한 내에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시스템개발 업무를 위탁받은 일본IBM을 상대로 36억 엔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일본에서 상거래 분쟁을 두고 대기업 사이에 소송이 벌어지는 것은 상당히 드문 편입니다. 그만큼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는데, 결과는 1심에서는 노무라증권이 일부 승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전부 패소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노무라증권측이 상고를 하였으나, 작년 12월에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관련 기사는 여기).

이 사건은 일본 기업과의 시스템개발계약을 체결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분쟁의 내용과 항소심인 동경고등재판소의 판결 내용, 그리고 이 사건이 일본기업과의 시스템개발 업무위탁계약 실무에 대해 갖는 시사점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분쟁의 개요

  1. 노무라증권은 대고객 투자일임서비스 개선을 위한 컴퓨터시스템 개발 업무를 일본IBM에게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업무 내용의 특징이라면 해외 업체가 개발한 팩키지소프트웨어를 주된 소스로 하고 일본IBM은 이에 대한 커스터마이징과 데이터 이전 등의 인테그레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2. 당사자들은 2013년 1월을 시스템 가동 목표일로 정하였다.
  3. 일본IBM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개발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무라증권과 일본IBM은 개발 단계의 진척 상황에 따라 복수의 시스템개발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4. 2012년 11월경, 노무라증권은 목표일에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개발을 단념하였다.
  5. 노무라증권은 일본IBM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32억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일본IBM은 미지급 보수 전액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6. 1심을 심리한 동경지방재판소는 노무라증권의 채무불이행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16억 엔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일본IBM이 항소하였다.

쟁점

  1. 일본IBM에게 노무라증권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시스템 완성의 의무가 있는지 여부
  2. 시스템개발업무위탁계약이 이행불능 상태인지 여부

항소심 법원의 판단

시스템 완성의무 관련 (쟁점 1)

결론적으로 항소심 법원은 관련 계약서의 해석상 일본IBM에게 본건 시스템을 완성시킬 의무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일본IBM의 제안서나 여러 업무 관련 문서에 일본IBM이 목표예정일까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기재가 있는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반면 견적서에는 계약금액과 일정은 추후 변경될 예정이라는 기재가 있고, 노무라증권과 IBM의 계약 체결 방식을 보더라도 양측은 각 개발단계별로 별개의 견적서를 제공하고 이전 단계 공정의 이행 여부를 확인한 후 그에 맞추어 후행 단계에 대한 계약을 순차적으로 체결해 나간 점 등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시스템 완성의 의무가 일본IBM에게 확정적으로 있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행불능 관련 (쟁점 2)

노무라증권측은 제반사정에 비추어 일본IBM이 본건 시스템을 개발 완료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게 되었고 그 책임은 일본IBM에게 있으므로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i) 시스템 구축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증거나 객관적인 사정이 발견되지 않고, (ii) 개발지연이 발생한 데에는 발주자인 노무라증권측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한 점 등을 이유로 이행불능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노무라증권의 기타 주장에 대하여

노무라증권은 이밖에도 불법행위 주장도 하였으나, 위와 같은 계약위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히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여지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쟁점 2와 거의 동일한 이유로 불법행위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일본 기업과의 시스템개발 업무위탁계약 체결상의 시사점

시스템개발 업무위탁계약은 기본적으로 발주자의 요구사항에 맞추어 약정된 비용과 기한 내에 당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불확정적인 요소가 다수 개입하는 관계로 계약 이행 과정은 물론 완료 이후에도 뜻하지 않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당사자들 간에 개발 지연에 따른 책임 문제를 놓고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일본IBM측이 하나의 계약서가 아니라 시스템개발 진행(공정)단계에 따라 개별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IBM측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이 사건처럼 시스템 개발과정에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와 같이 계약체결 시에는 기본계약만을 체결하고, 각 공정별 기간과 비용, 의무의 내용에 대하여는 각 단계별로 개별계약서를 체결하는 방식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각의 공정이 끝났을 때 그때까지의 계약이행 여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본건과 같이 나중에 가서는 ‘시스템을 완성할 의무가 있는지’마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계약서에는 계약의 성격을 분명히 명시하여야 함은 물론, 목표완성일과 같이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이를 개발자측의 의무 내용으로 명시하는 것이 위탁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본 법원의 경우 시스템개발업무위탁계약에 있어서 발주자(업무위탁자)의 협력의무라는 것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시스템개발 업무 위탁자와 업무 수탁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일본 법원은 단지 업무 수탁자가 개발을 완료하지 못하였다는 것만으로 수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시스템개발에는 그 특성상 발주자의 협력이 필요불가결하므로, 이를테면 발주자가 개발과정에서 요구되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다한 변경 오더(change request)를 했던 경우에는 업무 수탁자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책임을 안분하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스템개발업무위탁계약서에 발주자측의 협력의무에 관한 사항을 어느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느냐가 추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 작성 시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상기의 내용에 관한 질문사항은 정원일 변호사(이메일 주소는 여기를 클릭)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정원일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기업자문 변호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법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법률사무소의 일본 변호사와 함께 현지에서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대응 또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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