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간 계약에 포함된 의결권구속 약정의 효력에 관한 일본의 학설 및 최신 판례 분석

주주간 계약이란, 둘 이상의 당사자가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의 수행을 위해 공동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회사에 새로운 투자자가 참여하는 경우, 당해 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주주 상호 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주식회사의 지배와 경영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여기에는 각 주주의 출자지분을 바탕으로 한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  주주간 계약은 이러한 법률이 규율하는 방식이 아닌 당사자들 사이의 사적 합의로 주식회사의 운영 방법을 정한다는 점에서, 특히 다수결원칙상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소수 지분 보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주주간 계약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내용 중의 하나가 이사지명권과 의결권행사구속 조항이다.  이를테면 회사의 이사 4인 중 2인은 주주 A가 지명하는 자로 하고, 상대편 주주는 주주 A가 지정한 자가 의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식이다.

이 글에서는 주주간 계약 중 의결권구속 약정을 중심으로, 일본에서의 논의와 최근의 판결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목 차>

  1. 의결권구속 계약의 유효성 
    1. <구속력을 사실인정의 관점에서 제한한 사례: 동경고등재판소 레이와2년 1월 22일 판결>
    2. <구속력을 계약 기간의 관점에서 제한한 사례: 동경고등재판소 평성12년 5월 30일 판결>
  2.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의 범위: 이행강제의 문제
    1. <학설의 논의>
    2. <판례의 입장>
    3. <검토>
  3. 의결권구속 계약에 위반한 주주총회결의의 효력
  4. 맺음말

의결권구속 계약의 유효성 

주주간 계약의 효력에 관한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는, 계약당사자인 주주들 사이의 채권적 효력만 인정하고 회사에 대한 효력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으나, 다수의 하급심 판결은 “의결권구속 계약은 그 합의 내용이 다른 주주의 권리를 해하거나 그밖에 불공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과거에는 주주의 의결권은 이른바 공익권에 해당하므로 사적인 계약으로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무효설도 있었으나, 현재는 의결권행사 자유의 원칙상 주주 자신의 선택에 따라 타방 주주와 의결권 행사의 내용과 방법을 미리 정하는 의결권구속 계약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다만 일본 법원 실무에는 아래와 같이 의결권구속 약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속력을 사실인정의 관점에서 제한한 사례: 동경고등재판소 레이와2년 1월 22일 판결>

이 판결은 3인의 주주가 서로를 회사의 이사로 선임하기로 합의한 사안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약 50년 전의 합의였고 그 사이 계약당사자들이 전부 사망하여 상속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동경고등재판소는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계약 체결 전후의 제반 사정을 근거로 해당 합의는 계약서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직근의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현시점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주주간 계약은, 당사자의 속성, 계약 내용, 계약 체결의 동기 목적, 계약 당사자가 갖는 주식의 종류나 의결권 비율, 계약 체결 시기 등에 있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주주간 계약의 법적 효력의 유무나 법적 효력이 있는 경우의 효력 내용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 대한 계약 당사자들의 인식도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주주간 계약에 기한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각 주주간 계약별로 회사법 기타 관계 법령의 취지를 고려하여 상기 각 요소를 검토한 뒤 계약 당사자인 주주의 합리적 의사를 탐구하고, 당사자 쌍방이 법적 효력을 발생시킬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법적 효력을 수반하지 않는 신사협정적인 것으로 할 의사였던 것에 불과한지, 법적 효력을 발생시킬 의사가 있었던 경우 그 효력의 내용·정도(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것에 머무르는지, 계약에 따른 의결권 행사의 이행 강제가 가능한지, 계약에 따르지 않은 의결권행사에 의하여 성립한 주주총회결의의 결의취소 사유를 긍정할 수 있는지, 계약의 종기 등)에 관하여 계약당사자의 의사를 사실인정 한 후에 당사자가 주장하는 법적 효과를 긍정할 수 있을지 판단하게 된다”

이 2020년 동경고등재판소 판결은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에 관한 일본의 학설과 실무의 변천 과정을 설명한 후 의결권구속계약과 관련된 여러 논점에 대하여 설시하고 있는바, 의결권구속 계약에 관한 현재의 법원 실무를 시사하는 가장 유력한 자료로 소개되고 있다.

<구속력을 계약 기간의 관점에서 제한한 사례: 동경고등재판소 평성12년 5월 30일 판결>

이 판결에서는, 동업자 2인이 설립한 주식회사의 주주간 계약이 향후 18년간 2인 당사자를 이사로 호선하여 보수를 받게 한다고 합의한 것이 문제되었다.  법원은, 일반론으로서 그와 같은 의결권구속계약의 유효성은 인정하면서도, 18년이라는 기간은 의결권 행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여 계약체결 후 10년간만 유효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의결권구속 계약이 장기간 설정될 경우, 신규 투자자나 소수 주주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임의로 계약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안이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 뒤에 나온 상기 2020년도 동경고등재판소 판결은 ”주주간 계약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효기간을 한정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계약의 유효기간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미국의 주법처럼 계약체결 후 10년간에 한하여 유효하다고 해석하는 등)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였다(다만 동 판결은 사정변경원칙에 의한 제한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의 범위: 이행강제의 문제

<학설의 논의>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에 관한 일본 학설의 논의는, 유효성 자체보다는 효력의 내용과 범위에 집중되어 있다.  즉, 의결권구속 계약의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만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이행을 강제하는 재판(판결, 가처분)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관한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를 살펴보면, 학설의 대립은 있으나 현재의 법원 실무는 의결권구속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결권행사가처분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가처분결정문의 내용과 같은 의결권의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효과(민사소송법상의 진술의제 효과)는 없고, 간접강제를 통한 이행강제만이 허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선 가처분 결정에도 진술의제(의사표시 간주)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의 출발점이 우리나라와 다르고, 어쩌면 이 이유로 의결권구속 계약의 이행강제를 인정하는 데 거부감이나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입장이 우세했던 것이 아닐지 추측된다.

실제로 종래 일본의 다수설은 의결권구속 계약을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청구만 가능하다고 보았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최근에는 (i) 주주 전원이 의결권구속 계약의 당사자이고 의결권 행사 내용이 명확히 특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행강제(가처분 및 의결권행사 간주)가 가능하다는 견해(제1유력설), (ii) (주주 전원이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이상 계약상 채무의 이행은 강제될 수 있다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이행강제가 일반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제2유력설)가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판례의 입장>

과거 판례 중에는 종전의 다수설과 마찬가지로 의결권구속 계약에 기한 이행강제를 부인하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제법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나고야지방재판소 평성19년 11월 12일 판결은 제1유력설의 입장을 소개한 다음, 사안의 경우는 주주 전부가 계약당사자가 아니고 의결권 행사 내용 또한 채권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나고야지방재판소의 판결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논리 도구의 하나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일본 법원이 제1유력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판결 이후 나온 상기 2020년 동경고등재판소 판결은 의결권구속 계약에 대한 이행강제가 허용되는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제반 사정’에 따라 ‘각 의결권구속 계약마다’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하여 그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2022년 선고된 동경지방재판소 레이와4년 6월 24일 판결은, 스타트업의 주주간 계약서에 포함된 이사지명권과 의결권구속 조항에 따른 의결권행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에 이르렀다.

<검토>

졸견으로는, 의결권구속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이상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사자들 사이에 법적 구속력이나 이행강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률에 의한 강제이행을 불허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한다.  “주주 전원이 의결권구속 계약의 당사자인 경우”에만 이행강제를 허용하는 입장(제1유력설)은, 왜 그와 같은 조건을 붙여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우리나라 하급심 판결 중에도 ‘주주 전원이 계약당사자인 경우에는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과 집행 가능성을 긍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는 예들이 종종 보인다).  

필자가 확인한 범위 내에서만 말한다면, ‘계약 외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주 전원의 계약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영향력은 의결권의 속성이자 다수결원칙의 당연한 귀결이므로 근거가 되기에 부족해 보인다.  

나아가, 일부 주주 사이에서만 체결된 의결권구속 계약은 또 다른 주주와 의결권구속 계약을 맺었을 경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 있다.  즉, 주주A와 B가 A를 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는 주주간 계약을 맺었는데, B가 다른 주주C와 C를 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는 주주간 계약을 맺은 경우, A와 C가 각각 자신이 체결한 주주간 계약의 내용에 따라 B를 상대로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라는 판결이나 의결권행사가처분결정을 받는 경우 진술의제 효과(의결권행사 간주)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을 이유로 권리의 이행강제 자체를 일반적으로 불허한다는 것은 여전히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더욱이 주주 전원이 의결권구속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그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주주 A, B, C 전원이 의결권구속 계약을 체결한 후, C가 주식을 D에게 양도하고 주주 D, A, B 전원이 다시 의결권구속 계약을 체결한 경우, 두 계약 모두 ‘주주 전원이 계약당사자인 경우’에 해당하여 가처분신청이 가능해지나, 만약 두 계약이 정한 의결권행사 내용이 상충하게 되면 두 개의 가처분결정 등의 효력이 충돌하게 되는 문제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의결권구속 계약에 위반한 주주총회결의의 효력

의결권구속 계약의 당사자인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구속 계약의 내용에 반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주주총회 결의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의 통설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이한 점은, 의결권구속 계약의 당사자가 주주 전원인 경우에는 정관 위반과 동일시하여 결의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본 2020년 동경고등재판소 판결 역시 “의결권구속 계약에 부합되지 않는 의결권 행사에 의해 성립한 주주총회결의에 대하여, 정관 위반이 있던 경우에 준하여 주주총회 결의취소 판결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주주간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주주에게 예상 밖의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발행주식 전부를 주주간 계약의 당사자가 보유한 경우에만 그러하다”고 보았다.

맺음말

일본에서의 의결권구속 계약의 효력에 대한 논의는 그 유효성과 이행강제 가능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실제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에  따라 그 효력의 범위와 집행 가능성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계약의 당사자들이 법적 구속력에 동의하고 의결권 행사 내용과 그 존속기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의결권구속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향후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 또한 이와 같은 주주간계약과 의결권구속계약에 관한 일본의 법률과 실무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일본 기업과 관련된 주주간 계약 및 의결권구속 계약에 관한 질문 사항은 정원일 변호사(이메일 주소는 여기를 클릭)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정원일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기업자문 변호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법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법률사무소의 일본 변호사와 함께 현지에서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대응 또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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