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판결 소개】 외국에서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하는 불법행위 소송의 국제재판관할

비즈니스와 직접 관련된 내용은 아니나 국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재판관할권에 관한 일본 법원과 학계의 법 해석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관계

미국 뉴욕주에서 혼인하고 동거하던 원고는 신변상의 이유로 홀로 일본으로 귀국하여 별거를 시작하였다.
미국에 남은 남편 A는 뉴욕주에서 마찬가지로 뉴욕주에 거주하던 일본인 여성과 부정행위를 하였다.
일본인 여성은 A가 기혼자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정행위를 알게 된 원고는 일본 법원에 뉴욕주의 여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

일본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판결 내용

사건을 심리한 도쿄지방재판소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일본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平成31年(ワ)第6967号).

불법행위에 관한 소송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장소가 일본 내인 경우(외국에서 행해진 가해행위의 결과가 일본 내에서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는 일본 내에서 그 결과의 발생을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없을 때는 제외한다) 일본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3조의3 제8호). 그리고, ‘불법행위가 발생한 장소가 일본 내인 경우’라 함은 가해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가해행위에 의하여 결과가 발생한 장소(“결과발생지”) 모두를 말한다.

본건은 원고가 피고의 부정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안이다. 부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것은 원고의 혼인공동생활의 평화에 있고, 원고가 피고의 부정행위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2018년 6월 22일부터 원고가 이혼한 같은 해 9월 4일까지 원고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본건의 결과발생지가 일본 내에 해당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관계에 의하여 증명된다. 따라서 본건 청구에 있어 일본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

또한 불법행위의 준거법은 결과발생지(법의 적용에 관한 통칙법 17조)의 법이므로 일본법이 적용된다.

해설

배우자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범한 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법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위와 같은 일본 민사소송법의 국제재판관할권 조항 역시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의 국제재판관할권 조항과 동일하다.

국제사법 44 (불법행위에 관한 소의 특별관할) 불법행위에 관한 소는 행위가 대한민국에서 행하여지거나 대한민국을 향하여 행하여지는 경우 또는 대한민국에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법원에 제기할 있다. 다만, 불법행위의 결과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할 것을 예견할 없었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로 문제 되는 것은 한국에서 혼인생활을 하던 배우자 일방이 외국으로 출장이나 유학을 떠나 외국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경우이고, 이때 한국에 재판관할권이 있다는 점은 특별히 이론이 없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불법행위 자체는 외국에서 발생했지만, 그 결과 훼손되는 혼인공동생활의 평온이란 한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기 사건은 이와는 반대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외국에서 혼인공동생활을 하던 부부 중 일방이 본국으로 귀국하여 별거가 시작되었고, 이후 원래의 혼인공동생활지인 외국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하였다. 상기와 같은 일본 법원의 결론을 두고 이처럼 역전된 구조에서는 혼인공동생활지는 기본적으로 외국(뉴욕주)이므로, 배우자 일방이 일본으로 홀로 일본으로 귀국하였다 하여 그와 같은 ‘사실 자체’로 일본을 결과발생지로 인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이는 혼인공동생활지를 어디로 보느냐의 문제가 되는데, 사안의 사실관계만으로는 이 점이 명확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뉴욕주에서 이미 혼인이 파탄되어 아내 혼자 본국으로 귀국한 케이스라면 위와 같은 비판론의 입장은 타당하고 이런 경우까지 본국이 혼인공동생활지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행위지인 외국의 법이 준거법이 되므로, 외국법이 부정행위 상대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혼인이 사실상 파탄된 이후에 발생한 부정행위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부정행위 상대방 입장에서는 외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주장할 실익이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혼인관계는 파탄되지 않았고 단지 직장 또는 교육 문제로 부부 중 일방이 본국으로 홀로 귀국한 것이라면, 단지 장소적으로 분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본국 또는 제3국을 혼인공동생활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반론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아마도 위 일본 판결은 이런 경우에 속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혼인공동생활지는 복수로도 존재할 수 있고, 원래의 혼인공동생활지는 주된 혼인공동생활지가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법과 한국법 모두 불법행위의 결과가 자국에서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자국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 부정행위자가 상대방 배우자가 일본으로 귀국한 사실을 몰랐다면 그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흠결되어 일본 법원의 재판관할권은 부인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실제 소송에서 그와 같이 자신은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사점

이처럼 일본 법원은 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관련 국제계약에서는 재판관할에 관하여도 자세한 조항을 두고,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면 그에 따르게 되는데, 재판관할 조항이 없는 경우에도 일본 법원은 민사소송법의 재판관할 조항에 근거하여 일본 국내에 없는 한국 기업 또는 한국인을 상대로 재판을 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불법행위 영역에서의 일본법과 일본 법원의 판단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요컨대 불법행위의 결과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그와 일본에서의 결과 발생에 예견가능성이 인정된다면 일본 법원은 한국에 있는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상대로도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위와 같은 일본 민사소송법과 한국의 국제사법이 불법행위 소송의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하여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있는 한국 기업 또는 한국인을 상대로 내려진 일본 법원의 확정 판결을 한국에서 집행하는 것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상의 논의는 한국 기업이 일본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불법행위 유형에서도 그대로 문제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일본에서 제조물 결함이 발생하여 일본 소비자로부터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일본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일본 법원에 제소당하는 경우, 한국 기업이 인터넷에 올린 광고나 보도자료가 일본 기업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일본 기업으로부터 일본 법원에 제소당하는 경우 등이다.

이 경우에도 일본 법원은 민사소송법 3조의3 제8호(불법행위에 관한 소송)에 따라 일본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외국에서 행한 가해행위의 결과가 일본 국내에서 발생하였는지, 그와 같은 결과 발생에 예견가능성이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상기의 내용에 관한 질문사항은 정원일 변호사(이메일 주소는 여기를 클릭)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정원일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기업자문 변호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법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 법률사무소의 일본 변호사와 함께 현지에서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대응 또한 가능합니다.

© 2023 All rights reserved.